똥줄타는 시계 분해기 Fossil - ME1031

2010. 8. 31. 00:46Do It Yourself/Hardwares.

 
 Fossil시계를 구입하면 시계가 담겨오는 양철케이스가 벌써 4개째. 
그렇다 나는 중학교때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선물해준 메탈시계를 사용한 후부터 이 브랜드를 계속 애용하고 있었다.
팔에 아령을 차고 다니는 것 같은 무거움만 빼면 반반한 생김새에 꽤 착한 가격대를 이루는 시계로 고등학교까지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미리 말해두자면 오늘 분해해서 수리한 녀석은 어떻게 어떻게 복잡한 사정에 의해 동생의 수중에 들어간 녀석.
설마설마 했는데 역시나 몇달 못가 어디에 박았는지 떨궜는지 윈도우를 깨고 베젤에 막대한 흠집을 세겨오신 동생느님.
AS센터에 전화해보니 윈도우 교체는 1만 5천원으로 내 예상가격 5만원 이상을 처참히 짓밟아 버리는 저렴함에, 가지고있는 모든 fossil시계의 대대적인 윈도우 교체를 하기로 맘을 먹고 수리 의뢰를 했다. 2~3주정도의 긴 인고의 시간 끝에 모든 시계가 정상적으로 고쳐졌으리라 믿었건만...


 아... 이게 뭔가요. as받은게 3월달쯤이고 택배로 수령했을 당시 확인하지 않고 동생에게 택배상자를 건냈고 이 사실을 알아차린게 6월정도.
녀석은 동생 책장위에 먼지만 쌓여가고 따땃한 6월임에도 불구하고 선선한 March에 고정되었으며, 
시계침은 하루에 2번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전혀 사용하지 않는걸 확인하고 한 2개월정도 사용하다가 오늘 갑자기 삘받아서 분해를 했다!

 일단 책상위의 먼지를 물티슈로 닦은 뒤 분무기로 공기중 먼지를 제거한 후 에어컨을 제습으로 틀어 습기를 제거하는둥...
일단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선에서 깔끔한 환경을 구축한 뒤 분해작업에 들어갔다.


 특별한 도구없이 시계드라이버만으로 커버를 분해할 수 있었다.


 무브먼트를 들어내기 위해선 용두를 빼내야 하는데 이 시계같은 경우는 위 사진의 빨간부분을 살짝 눌러주면서 용두를 빼내면 된다.
용두 빼는법.html


저 Fossil 로고도 as보내기 전까진 가지런 했는데 -_-.. 다시 보내자니 기다리기는 싫고 해서 그냥 쓰기로 했다.


 처음엔 그냥 끼우면 고정될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고정되지 않고 그냥 헛도는게 아닌가.
오랜시간 고민끝에 순간 접착제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뻥치고 싶지만 이상하게 작업중에도 시계는 돌아가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분은 다음컷을 보는순간 10분밖에 지나지 않은걸 알 수 있을것이기 때문에,
오늘 하루만큼은 작업시간에 완전 정직해야 할 것 같다.
일단 "고정"이란 단어가 떠오름과 동시에 순간접착제를 사용하기로 했다.


구멍이 상당히 미세한지라 쌩으로 바르는건 절대 불가능하고 침핀에 찍어서...


 요 구멍에 살짝 찍어주면 된다.
촬영도구; 탐구정신이 강인했던 중학시절 집에 날아다니는 갖가지 벌레들을 보겠다고 구입한 망원경겸 현미경(?).
옥션에서 구입한 중국산 5천 원 짜리임에도 불구하고 뭐 요리조리 잘쓰고있다. 보이는건 문제없는데 괜히 M.I.C라는 문구 때문에 눈이 나빠질것같아 오래 못 보고 있을 것 같다.


핀셋으로 누른답시고 바늘에 흠집이 좀 심하게 생겼다. 뭐 어떤가. 사람들이 시계를 관찰하는것도 아니고 언뜻보기엔 다이아몬드같다. (응?)


 처음 열때보니까 개스킷이 힘없이 떨어지던데 아마 이놈이 방수와 방습 기능을해주는것 같다.
일단 케이스 분해한시점부터 방수는 날아갔지만 일단 없는것 보다야 낫지 않겠능가??
너덜너덜한채로 재조립하다가 끊어지는일 없도록 조심하자. 

 무브먼트를 케이스에 담고 블로워로 먼지를 털어준 후 드라이어로 뜨거운 바람을 쬐어주며 케이스를 재조립했는데...
드라이어로 바람쐬준다고 습기가 제거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봤다.

 
이제 용두를 넣어주어야 하는데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구멍맞춰서 살살살 넣다가 꾹 눌러주니 들어갔다.


 재조립 완료. 이렇게 바늘하나 꼽는데도 똥줄이 타는 초특급 나노 테크놀로지가 요구되는데 저 복잡한 부품들을 하나하나 설계하고 손으로 직접 끼워 넣는다는 생각을 하니 몇백년된 정통 시계 브랜드의 제품 가격이 괜히 변태같이 비싼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육안으로 봤을때 케이스 안쪽에 먼지같은 이물질은 없다만
다시금 저 흠집을 보고있자니 전혀 다이아같지도 않고 그냥 흠집같다.

젠장.

여튼 무사히 완료했으니 본전은 뽑았다. 우호홋!

(포스팅하고보니 exif정보에 촬영 시간이 오전 2시로 찍혀있는데 카메라 세팅이 잘못되어 있었다. 작업 시간은 30일 23시부터 23시30분이다.)